애착 성향을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이렇게 3가지로 나누는데, 나는 회피형 인간에 가깝다.
회피형은 말 그대로 책임이나 속박을 회피하고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며, 힘든 일은 최선을 다해 미루고 싶어 하는.. 좀 사회성이 떨어지는 성향이다.
이런 내가 결혼한 지는 5년이 되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이다..
왜 우울하냐고, 아이를 낳아서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내 새끼들은 치사량으로 사랑스럽고 아이를 보는 건 힘들기도 하지만 소중하기도 하다. 결혼 전에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그렇지 않다. 결혼 전에 썼던 일기에서는 불안하고 외로워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내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결혼 전의 나는 30대가 넘어가면서 안 그래도 몇 없던 친구들이 점점 나와 안 놀아줬기에.. 나는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공간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때는 밥을 혼자 먹는 것도 불안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서 혼자 있는 내가 점점 불안해졌다.. 이건 도대체 무슨 압박감이었을까?
남편을 만나고 신기했던 건 밥을 혼자 먹는 것이 불안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마음 둘 곳이 생기니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결혼하고 고지식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나는 나쁜 음식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게 됐고, 주말에 티브이 보면서 거실에서 뒹굴뒹굴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결혼하고 분명 나는 마음의 평온을 얻었고 결혼 전의 나보다 행복하다..
근데 뭐가 불만이냐고 묻는다면.. 억울하다.. 아기 낳았으니 대접받고 싶은데 당연하게 해야 하고 안 하면 쌓여버리는 살림들이.. 애는 둘이 낳았는데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하는 육아가.. 평생을 날 위해서만 살아왔었기 때문인지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 억울하다. 결혼 전에는 누군가의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사는 삶이 싫을 줄 몰랐다.
남편은 도와주려고 노력하지만 말 그대로 도와주는 거지 집안 일과 육아는 내 몫이다.. 밥이 안 되어 있으면 남편과 아이들은 기다린다. 집이 지저분하면 지저분한 채로 생활한다. 나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 나도 엄마 있다. 나도 청소해 줄 때까지 기다리고 밥을 줄 때까지 기다렸었고 살림을 최선을 다해 피해 다녔는데 얍삽하게 살았던 벌인지 다 나의 일이 되었다.
첫아이의 육아를 돌아보면 행복하기도 했지만 체력 없는 나는 아팠다.. 그럼에도 둘째를 낳은 이유는 외동이면 아이가 외롭지 않겠냐며 아이가 불행해질 거 같은 불안을 주변에서 최선을 다해 나에게 불안을 심어놓았다.. 그렇게 남들처럼 두 아이를 낳고 살림하는 걸 내가 선택해놓고 돈도 없고 체력도 없는 나는 불안으로 떠밀려 선택한 내 상황이 한없이 억울하다. 나는 내가 감당할 일을 이렇게 벌리는 성향이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건가 누군가를 탓하고만 싶어진다.
근데 나는 나라는 인간을 안다.. 내가 책임질 일에 도망가고 싶은 거지..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남편을 만날 거냐면.. 만날 거다. 그때의 남편이 이뻤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받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아무것도 책임질 일이 없던 삶이 그립지만 모자랐던 나는 오롯이 혼자로 사는 건 불안하고 공허했다.. 회피형을 타고난 나란 인간은 뭘 해도 불만인 인간인가 보다..
산후 우울증 때문인지 피할 수 없는 일들에 억울함을 섞어서 자꾸 반복해서 생각한다.. 나의 결혼생활은 불만도 가득하나 남편과 내 새끼들과 사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누가 그랬다 공부를 못해서 우울하면 그냥 공부를 하면 된다고.. 집안일 쌓이는 게 싫으면 집안일을 하면 된다.. 나는 어리석은 인간이니 좀 더 나이가 들고 육아에 벗어나게 됐을 때나 지금의 일상이 소중했다는 걸 알게 되겠지..
회사생활을 했을 때도 5년 차였을 때가 미친 듯이 퇴사하고 싶었던 시기였다. 지나고 보니 그때의 성취감이 그립다.. 어차피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다 지나간다.. 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면서 행복해질 방법이나 고민해 보는 게 현명하겠지.. 우울함과 빡침에 지지 않으려면 우선 내가 맡은 일을 무리 없이 해야한다.. 힘들게 노력하고 익숙해지면 다시 필연적으로 행복해질 거다.. 오늘 하루도 애써보자.
결혼 4년차, 답없이 신혼집을 마련하였다.
오늘의 감사한 일.
눈뜨니 보이는 첫째가 세상 이뻤다
둘째가 문제없이 잘 자라고 있다.
아침에 우유와 빵을 같이 먹으니 세상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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