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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수 이야기

폐인에서 엄마로.. (습관화 된 무기력 떨치기)

by 크로수 2022. 2. 19.

엄마가 되기 전, 나 혼자 살 때는 내가 어떻게 살든 상관없었다. 폐인인 것이 범죄는 아니기에 그저 나만 허송세월할 뿐이니 죄책감 없이 맘 편이 나를 방치할 수 있었다.

결혼 전의 나의 일상은 피폐함 그 자체였다. 내 방의 풍경은 히키코모리의 방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상에는 어제 입었던 옷, 그저께 입었던 옷,, 그 그저께 입었던 옷들이 순서대로 덮여있었고, 서랍은 안 보일 때마다 샀던 이어폰, 어제 산 화장품, 몇 년 전 산 화장품.. 기타 잡동사니들이 뒤엉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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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도 다니고 월급도 꼬박꼬박 가져오고 밖에서는 그런대로 인간 코스프레를 하고 살았지만 집안에서는 말 그대로 폐인일 뿐.. 나는 나의 피폐함을 나 몰라라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인간관계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느껴봤던 고스란히 혼자인 삶은 정말 뼈가 시리게 외로웠기에.. 늦은 나이에 연애에 노력을 하고 결혼까지 하였다. 이러다 결혼 못하겠구나 싶었을때 날 곱게 평가해 준 남편이 게으르고 내성적인 나를 아내의 길로, 엄마의 길로 인도해 주었고.. 그렇게 고난은 시작되었다.


신혼 때는 기세 좋게 일도하고 살림도 하려고 하였지만.. 회사는 그만두길 잘한 거 같다. 나는 일을 하며 집안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나는 집안일 근육이 1도 없는 인간이고 저질체력에 나이도 많기에 집안일도 벅차다. 가끔 남편이 엄마였다면 아이들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도 있다.

뭐 먹은 것도 없는데 쌓이는 설거지거리가 버겁다. 아기 업고 매일매일 돌려야 하는 청소기가.. 하루에 3번씩 돌리는 빨래가.. 자꾸 시간을 못 지켜주는 이유식이, 한번 물고 놓으면 빨아야 하는 치발기, 젖병들이.. 나 몰라라 하고 싶어서 두면 고스란히 쌓이는 일상들이 버거운데 지쳐서 누워있으면 놀아달라고 오는 아이가.. 저 사랑스러운 아이가 숨 막히게 느껴진다.

나는 더 이상 폐인으로 살 수 없는 엄마가 되었다. 집안일을 하며 아이도 돌봐줘야 한다. 아이의 세상을 즐겁고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면 엄마가 즐겁게 놀아줘야 하고 건강한 음식을 마련해 줘야 한다.

안다.. 아는데.. 

첫째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는 건강했는데 40일 넘는 방학에 코로나가 터져서 오랫동안 뛰어놀지 못했더니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러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입원까지 하고.. 유치원이 개학했는데도 감기로 못 가고 있다.

엄마가 잘 놀아주고 규칙적인 생활을 지켜줬다면, 건강한 음식을 잘 챙겨줬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죄책감이 마음을 누른다.

편하게 살아왔다면.. 편하게 살아온만큼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힘들더라도 일상은 지켜야겠지.. 내 할 일은 처리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겠지.. 무기력했던 오늘 하루를 오늘도 반성한다. 사랑하는 내 새끼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편함에 설득되지 않고 묵묵하게 건강한 음식을 할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나도 바란다..


집안일은 귀찮은 일을 반복하며 익숙해지는 훈련같다. 
하기 싫음을 매일매일 극복해내며 번거로움을 감당해 내는것이 좋은엄마로 가는 길인 것 같다. 

소중한 게 생긴 사람은, 그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서는 폐인으로 살 수 없다. 내 아이의 건강을 위해 엄마인 나는 건강해지고 싶다. 아이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나는 더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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