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크로수 이야기

호구로 사느니 나쁘게 살고싶다(무례한 사람들)

by 크로수 2021. 8. 27.

무례한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의 뜻은 "이용하기 좋은 사람"이다. 그렇게 그들에게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던 난.. 이용당하는 나를 방치하고 내 마음이 아닌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는 호구였으나, 이제는 그만 호구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는 첫인상이 좋은 편이다. 면접까지 가면 실패했던 경험이 없고 사람들은 좋은 사람인 거 같다며 호감을 표시한다.. 초반에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뭔가의 기대를 받기에는 아무생각 없는 사람이며, 붙임성 없는 내성적인 사람일 뿐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호감을 보이다 특별함도 친밀도도 없는 상대임을 알게 돼서인지, 그럼에도 본인 옆에 있을 명분을 만들어 주려는 건지 너는 착한 사람이니 이 정도는 이해해 줘라고 무례해지며, 배려하려고 했던 나에게 내가 손해 보는 걸 아무렇지 않게 강요하는 경우를 그렇게 겪게 된다.

반응형


최근의 일이다. 산후 도우미를 신청하여서 이모님이 오셨는데 일도 잘하시고 씩씩한 성격이셔서 나는 몹시 만족스러웠다. 일찍 가고 싶어 하셔서 항상 30분씩 일찍 보내드렸고, 나는 좀 혼자 쉬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고 싶었으나 쫓아다니면서 말을 거셨고.. 그래도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하기도 하고 내 아이를 케어해주는 분이니 잘 지내려고 배려하였더니.. 그분의 일하면서의 스트레스는 물론, 결혼 초기의 고부갈등, 남편과의 문제까지 다 들어야 했고.. 내가 잠을 자는 시간이 아니면 본인과 대화하기를 바라셨다..

그래도 내 아이 케어도 잘해주시고 집안일도 깔끔하게 잘해주시던 분인데 감정이 안 좋아지게 된 결정타는..
첫아이의 유치원에서 코로나가 터져서 오전에 보내드린 적이 있는데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나고 아무 일 없었다).. 나는 못한 시간만큼 추가로 일해주기를 바라였으나.. 다음날 그분이 들고 온 건 어제 못 채운 시간을 오늘 채웠다는 내용의 서류였고 나보고 사인을 하라고 하였다.. 거부는 해봤으나 거절까지는 차마 못 하였고 사인을 했으니 이모님은 시간을 채우지 않고 그날도 30분 일찍 퇴근하셨다.. 거절도 못 하고 마음에 앙금을 남기는 나의 한심함에.. 그렇게 또 나는 자학의 시간을 한참을 가졌다..



산후 도우미뿐이겠는가.. 나를 돌아봤을 때 가장 가깝다는 가족은 물론, 친구, 회사 동료 등등에게 타의에 의한 강제적으로 선의를 배풀게 되는 경우가 흔하며, 거기다 상대방이 나에게 무례를 저지르면 당황해서인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다.. 아무 준비 없는 나에게 무례라는 칼이 훅 들어왔는데 나는 푹 찔려놓고 나는 괜찮아~ 하며 당하지 않은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살짝 찔러봤는데 큰소리 안 나고 싫은 소리 안 들은 상대방은 자신이 나에게 피해를 줬다는 인식 없이 다음에도 본인의 편의를 위해 나를 무례하게 대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을 웬만하면 안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런 불쾌한 일들을 반복적으로 생각하며 혼자만의 시간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나는 착한 게 아니라 모자란 거 같다..

최근 은행과 연계되어 전화했다며 혜택을 주겠다는 보험광고 전화에.. 죄송한데 관심없다고... 거부를 상대의 기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했더니 아랑곳 안 하고 묵묵히 설명하고 있는 설계사에게.. 아 싫어요! 단호한 말을 꺼내니 상황이 끝나는 걸 겪고 묘한 통쾌감을 겪은 적이 있다. 나를 소모시키지 않으려면 거절은 해야 한다 나는 내 시간을 지켜야 하며.. 타인의 평판을 신경 쓸만한 위치의 사람도 아니니.. 뒷말이 나오든 말든 나를 위해 사는 인간이고 싶다. 착하다로 포장된 호구 성격을 타고나서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이런인간으로 살아왔지만 내 딸들에게는 이렇게 얘기해 줄 것이다.
나를 배려하지 않는 상대는 배려할 필요는 없다고, 내가 의지와 상관없이 착한 사람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무언의 압박에 의해 착함으로 위장된 호구 짓은 하지 말라고.. 나에게 무례를 저지르는 걸 절대 방치하지말고 그냥 나쁜년이 되고 말라고 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