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나는 물욕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물욕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었다)
명품 같은 건 다른 나라 얘기 같았고 한창 꾸밀 나이에 화장도 잘 안 했고 수수 무난한 스타일의 나 스스로 검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으나, 나를 갈아서 쓰려던 회사들을 전전하며 성실하게 일하고도, 딱히 돈 드는 취미를 갖고 있던 것도 아니었음에도, 10년 이상 일을 하고도 결혼했음에도 큰돈을 모으지 못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최소 사치는 안 부리고 살았으나 돈이 어디서 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경제관념이 없고 돈을 모을 줄 모르기 때문이었던 같다. 그렇게 36살이었던 나에게 적다고 할 수 없는 돈이지만, 10년 이상을 성실히 일하고 모았다고 하기 어려운 금액, 나는 4천만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결혼을 하였다. 연하인 현 남편은 결혼 얘기가 오갈 때 사회 초년생이어서 적금 들었던 500만 원만 가지고 장가를 왔다.
결혼 전의 나는 돈에 관한 생각이 굉장히 옛날 사람이었던 거 같다.
신혼집을 분양으로 알아보자는 남편의 말에 우리가 분양받을 돈이 없는데 집을 어떻게 사냐고 했었다. 내 사전에는 빚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은 아끼고 열심히 모아서 10년 뒤에나 사는 먼 존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분양받았으면 했던 집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으며.. 왜 그래서 결혼하면 집부터 장만하는지 없는 돈을 끌어모아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 현실을 조금은 인지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나의 첫 신혼집은 대구 신도시의 보증금 2000만 원에 임대로 9만 원의 10평짜리 임대주택이었다. 나의 첫 신혼집은 가격적인 큰 메리트와 신도시여서 아이들이 많고 깔끔하고 슬리퍼 신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 내에 편의시설이 다 있어서 아이 키우기도 좋은 환경이었으나..
현관 근처 3층에 살아서 그런지 담배 냄새에, 구청에서는 신도시를 만들면서 해결 못한 700미터 옆에 말만 제지공장인 쓰레기 태우는 공장이 있어서 악취가 간간이 났었고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낳은 첫아이는 폐렴으로 자주 아팠고 담배 냄새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나는 저렴하였기에.. 집값 스트레스는 없는 그곳에서 돈을 좀 더 모으고 집을 장만하고 싶었으나 허무하게도 4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가며 크게 모은 돈도 없이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할머니께서 알아봐 주신 덕에 구매한 아파트는 뒤에 산이 있어 공기는 좋으나 그런대로 대구 중심가에 있는 25년 된.. 이제 26년 된 2억 대의 아파트를 2020년 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 직전에 아슬아슬 구매할 수 있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이 아파트는 3천만 원 정도 가격이 올랐다.. 우리나라 지금 집값이 이상하다 요동치고 있을 때 신경 쓸 거 없이 내 집을 마련하게 되어서 심적으로는 굉장히 편한 상태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운이다. 나는 좀 더 모으고 좀 더 많이 알아보고 5개월 뒤에나 집을 사려고 했었는데 어른들 성화에 어버버 하다가.. 그렇게 어리바리 첫 집을 장만하게 되었다 (그때는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할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이 보유하고 있던 금액으론 대출받아도 살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기에 시아버님께서 있는 돈을 털어 4천만 원을 보태 주셨고.. 도와주실 때 사야 했다.
우리가 가진 돈 4천과 아버님이 도와주신 돈 4천만 원으로 가진 자산은 8천만 원이 되었고 대출을 1억 4천만 원 받아서 집을 구매하고 2천만 원은 낡은 아파트였기 때문에 인테리어 리모델링 비용으로 사용하였다.
남은 자산은 4백만 원 정도 있는데 그중 200백만 원은 에어컨 산다고 허무하게 사용해버렸고..
4년간 남편의 월급이 소소하게 오르긴 했으나 이제 30년간 값아야 할 아파트 대출금은 한 달에 50만 원이 좀 넘고 집이 커진 만큼 관리비도 늘었는데 수입은 그대로이니 같이 맞벌이를 하면 참 좋을 텐데 나는 남편과 고민고민 끝에 둘째를 낳기로 했기에.. 임신 중이다. 내가 생각해도 어쩜 이렇게 답이 없을까 싶다..
임신하면 어떻게 되는가.. 집에 한 명이 더 생기게 되니 아이 용품들도 새로 구매해야 하고 태아보험도 들어야 하고 낳아야 하니 수술도 하고 입원도 해야 한다. 조리원은 포기해도 산후 도우미는 써야 할 거 같고.. 나갈 돈은 뻔히 보이는데 바닥이 나는 나의 자산들과 부족한 생활비를 보니 초조함과 불안감이 머릿속에 가득해졌다..
그렇게 나는 만족할만한 신혼집을 장만하였으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혼돈과 방황에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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