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하여서 이번의 출산도 제왕절개 확정이었고.. 아이의 방학과 남편의 휴가를 맞춰야 했기 때문에 수술을 최대한 늦춰서 15일 목요일에 잡아놨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9일 금요일 첫아이 유치원을 하교 시키는데 약간의 복통이 있었고..
아니다.. 오늘은 안된다라는 마음으로 집에 오자마자 하루 종일 누워있었는데.. 점점 느낌이 이상하였다.. 결국 피까지 보고 저녁 11시가 넘은 시각 산부인과 응급실에 전화를 하였더니 당장 오라고 한다..
그날따라 남편은 차 키를 깨 먹어서 차를 두고 출근을 하였고 심지어 몇 달 만의 술자리로 집에 오는 시간이 늦을 때였다.. 지하철을 타고 오고 있던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잠이 확 깬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샤워를 하였다. 제왕절개로 수술을 하게 되면 6일간 목욕을 못한다..
다행히 아이는 자고 있는 시간이라 남편에게 바로 집으로 가라고 하고 나는 홀로 산부인과 응급실로 향하였다.
응급실로 가보니 눈이 똥그래진 간호사가 혼자 오셨냐는 물음에 좀 서글퍼졌지만 아이가 있어서 보호자는 집에 있다고 설명하고 양수가 터진 건지 진통이 온 건지 검사를 시작했다. 양수검사는 많이 아프다.. 다행히 양수는 터지지 않았고 피를 본 것도 괜찮은데 진통에 걸렸다고 한다.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왜 이렇게 늦게 잡았냐는 간호사의 잔소리와 함께 바로 긴급으로 수술을 들어가야 하는데 괜찮냐고 묻는다. 안 괜찮아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원래는 8시간 금식이 원칙인데 긴급이니 새벽 2시에 수술을 하기로 하고 (제왕절개로 수술 날짜 잡는 분들은 너무 늦추지 마세요..) 그렇게 급하게 불려오신 당직 선생님의 사복 입은 모습도 보고..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따로 없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에 대한 원망을 한참을 했다. 입원 가방 안 쌌다. 주문한 압박스타킹 토요일 구매예정이었다. 복대 할머니 집에 있다.. 거기다 무슨 믿음이었는지 아이를 맞을 준비가 한참 안 돼있었다. 그래도 우선.. 남편에게 입원 가방 좀 싸서 와달라고 하고, 아이를 맡겨야 하니 아주버님 네 전화하고.. 새벽에 괜한 소란을 좀 피웠다...
등이 심하게 파인 환자복을 입고 2시가 조금 안됐을 때 허리 쪽 척추에 무통주사를 맞혀주었다.. 그리고 링거를 언제 달았더라.. 기억이 안 나고.. 마취를 하는데 발가락부터 저려오며 위로 위로 마취 기운이 올라간다.. 마취과 선생님이 허리까지만 마취를 해주고 병원 침대에 누워서 실려 들어가는데.. 달려온 남편과는 멀어지고 무서웠다..
수술실을 들어왔는데.. 너무 말똥말똥한 상태로 수술실에 누워있자니 겁부터 났다. 눈에 보이는 선생님께 저 수면마취 안 시켜 주냐고 물어보니 아기 꺼내서 보여주고 재워주겠다는데.. 그냥 지금 재워달라고 하였다.. 그렇게 아이를 2일 동안 못 보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자는 사이 아이는 태어났고.. 사진 찍어주시겠다고 해서 드린 핸드폰엔 동영상이 있었다.. 와.. 내 새끼 힘들었겠더라.. (보여드리고 싶으나 징그러울 수 있을 거 같아서...)
눈뜨니 입원실이었고 남편이 고생했다고 말해주었다. 남편은 술 먹고 와서 그날 거의 밤을 새우듯이 했고 나는 기절해서 드문드문 간호사 오가는 것과 남편 왔다 갔다 할 때 말고는 하루를 꼬박 잠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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