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나이의 내가 살아왔던 환경은 꽤 보수적이었고 나도 보수적인 사람이다.
성을 좋아하는 건 몹쓸 짓이라는 인식 속에 TV나 만화에 나오는 수위가 스킨십의 최고 등급이었고, 19금 영화는 너무 자극적인 것이며 징그럽다 여겼었다.
생각해 보면 기적이라고 생각되는 게 그럼에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심지어 아이 둘을 낳고 살고 있다.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관계를 좋아하는건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한 고상함에 반하는 짓이라 여기며.. 그럼에도 하고 살다 보니 즐겁지 못했고 내가 도구로 쓰인다는 부정적인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렇게 남편의 요구를 요리조리 피해 오다 크게 싸우게 되고 남편이 상처받음을 알게 되었다.
전에 들었던.. 이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던 남의 이야기 하나를 하고 싶다.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집에서 와이프가 아기 보랴 곧 퇴근할 남편 저녁 차리랴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딱 봐도 남편인데 그냥 들어오면 되는데 초인종을 누르고 있으니 짜증부터 났다고 한다. 그냥 들어오라고 소리쳐봤지만 계속 초인종만 누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는 않고 초인종만 누르니 화가 난 와이프가 아! 왜!!! 하며 화를 내며 문을 열어봤는데.. 다 녹은 촛농이 뚝뚝 떨어진 케이크를 들고 있던 남편이..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하고 노래를 불러줬다고 한다.
삶에 치여서 배우자의 애정을 삐뚤게 보기 시작한다면 배우자와 애정이 아닌 불만과 원망을 나누는 사이가 될 것이다. 나눠야 할 애정을 귀찮다 여기기 시작하면 애정은 말라버리고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는 메마른 사이가 될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며 살려면 삶에 치이지 않도록 아등바등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남의 고통보다 내 작은 상처가 더 애틋하고 아프다. 나는 성욕이 없는 인간으로 살아와서 성욕이 해소되지 않았을 때의 괴로움을 모른다. 남편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던 성관계는 그저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마는 거라 안일하게 여겼고, 상대가 힘듦을 호소하는데도 와닿지 않았었다. 나는 나의 피로와 게으름을 우선으로 여겨 남편에게 상처를 주었다.
남자도 마음에 여린 구석이 있고 사랑받기를 원하고 거절을 겪을 때 자존심을 다치고 마음을 다친다. 당연한 건데.. 결혼은 가족보다 나의 편함을 추구하다간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상처 줄 수 있다.
우연히 본 유튜브에서 90이 넘은 철학자에게 "행복"을 물었을때..
철학자는 행복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라고 대답하였다. 나는 결혼이 이 말과 가장 가깝게 닿아 있는것 같다.
분명 결혼은 많은 책임이 생기고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을 도맡아 해야 하다는 억울함도 겪는다. 하지만 그게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한 일이기에 기력 없는 나에게 해나아갈 힘을 불어넣어 주고, 생활력이라는 근력과 삶의 이유와 목적을 만들어준다.
결혼을 하고 많은 문제들을 겪으며, 개선해 나가면서 책임질 일을 피하던 나는 좀 더 주도적인 사람이 되었다. 나는 모든 일의 해결책을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도 행복도 추구하다 보면 이루어 진다고 믿는다.
나는분명 남편의 성욕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하지만 반려자인 남편과 애정을 나누기에 성관계 이상의 일이 또 있겠는가.. 지금은 남편과 나의 성욕의 불균형이 크지만 노력하고 대화하며 접점을 찾아보려고 한다.
임신을 겪으며 육아를 하게되며 애써 모르는척 미뤄놨었던 남편과의 성관계를 본격적으로 생각해 보며, 잘못된 의식은 고치면서, 평생을 같이 늙어가기로 한 내 사람의 성욕을 존중해 주며.. 다른 부부들도 많이 한다는 섹스리스는 포기하고 애써보는 걸 선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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